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5/10/17 22:54:36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4044945940
Subject [일반] <그저 사고였을 뿐> - '그저'의 올가미 속에서. (노스포)
<그저 사고였을뿐>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마주친 과거의 망령에 대한 영화입니다. 뒤에 어떠한 문장부호가 붙게될지, 혹은 어떠한 억양과 감정을 담아 말하게 될지에 대해 많은 관객들이 이야기하게 될 영화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이라는 전제하에, 저는 약간은 냉소적으로, 마침표를 찍고 싶네요.)

우연히 사고를 통해 마주친 사람이 나와 오래전의 악연을 가진 사람(으로 보였고)이고, 그 사람에게 어떤 복수를 행하기 위한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쓰리 빌보드>와 반대로 색칠된 닮은 꼴 그림 같습니다. '가는 동안 생각해보는' 행동주의자들의 정의에 대한 영화가 <쓰리 빌보드>였다면, 반대로 이 영화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심해야하는' 정의와 선의 행함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주제는 다르지만 영화의 결은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드라마인 동시에 일종의 블랙 코미디이기도 한 이야기니까요.

개인적으로 납치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한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영화 상의 이야기와 어떤 주제를 구현하는데에는 물론 필요한 설정이기도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결말이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은 어찌보면 그 모든 걸 떠나버린 지점에 있다고도 생각하거든요. 어떤 용서나 연쇄에 대한 이야기, 혹은 해피 혹은 배드 엔딩이라는 이야기라기보단, 결국 그 과거에, 그 사건 내지 사고의 여파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서서, 영화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의심하는' 정의와 선에 대한 영화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 영화는 복수에 대한 영화이면서도, '보복'과는 거리가 좀 있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그 사람이냐'라는 주제에서, 이런 저런 사건과 상황에 휘말리면서 즉각적인 보복이 미뤄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가장 미온적인, 혹은 가장 의심하는 사람들이 남게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이 영화가 일종의 재판 같기도 합니다. 일종의 변호인들과 함께 어떻게 행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정의는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논의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가 끝나는 결말에서 영화는 결국 어떤 덫, 혹은 굴레에 빠진 인물을 바라보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는 남기 마련이니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5/10/18 01:48
수정 아이콘
결말 장면에서 탄식이 나왔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aDayInTheLife
25/10/18 07:46
수정 아이콘
결말이 너무 좋더라구요.
25/10/18 03:12
수정 아이콘
결말도 그렇고 뭔가 아노라의 열화판 같던..
칸의 취향이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요
aDayInTheLife
25/10/18 07:47
수정 아이콘
아노라가 뭔가 닿을 수 없는 상처에 대한 영화였다면, 이건 개인적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물론 같을 수도 있긴 한데, 저는 좀 다르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탑클라우드
25/10/19 08:32
수정 아이콘
어제 이 글을 보고 즉흥적인 결정으로 KU시네마 가서 봤는데,
세련되지는 않지만 과장되지도 않은 방식으로 이란 사회의 고민을 풀어내더군요.

중간 중간 '이란에서 이런 영화를 제작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강한 메세지들도 있고(우회적이기는 하지만)
현재 이란의 사회의 현실을 정교하게 풍자하는 느낌의 장면들도 기억에 남습니다.

더불어, 오랜만에 아내와 KU시네마를 간 덕분에
10년도 더 넘은, 결혼 전 데이트하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라 둘이 많이 웃었네요 허허허
aDayInTheLife
25/10/19 08:34
수정 아이콘
흐흐흐 재밌게 보신 것 같네요.
제가 글을 쓴 보람이 있는 듯(?)합니다.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일반] [공지]자게 운영위 현황 및 정치카테고리 관련 안내 드립니다. + 선거게시판 오픈 안내 [30] jjohny=쿠마 25/03/16 38754 18
공지 [정치]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7] 오호 20/12/30 315603 0
공지 [일반]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69843 10
공지 [일반]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76414 4
105257 [정치] 조희대의 대법원, 12월 3일 계엄 따른 조치 논의됐나? [25] 빼사스2398 25/10/21 2398 0
105256 [정치] 김건희 이배용과 함께 경회루에서? [14] 삭제됨2618 25/10/21 2618 0
105255 [정치] 돈을 번 아파트, 돈을 못 번 아파트 분석 [13] 바람돌돌이2706 25/10/21 2706 0
105254 [일반] 뉴미디어 시대, 중세랜드의 현대인 [11] meson3210 25/10/21 3210 0
105253 [일반] "트럼프, 젤렌스키에 지도 던지며 압박에 욕설까지" [80] 철판닭갈비10166 25/10/21 10166 10
105252 [정치] “한두 잔 마신” 지귀연 술자리 170만원…대법 감사관 “징계사유 안 돼” [126] 빼사스10449 25/10/21 10449 0
105251 [정치] 이 대통령 '냉부해' 논란 보도, 명태균·김건희 공천 개입 보도보다 2배 많았다 [29] lightstone5466 25/10/21 5466 0
105250 [정치] 부읽남 국토부차관에게 듣는 부동산 썰 [237] 문재인대통령11094 25/10/21 11094 0
105249 [정치] 검찰청 ‘연어 술파티’ 의혹 당일, 김성태 ‘페트병에 술 준비’ 지시 녹취 확인 [108] 베라히9734 25/10/20 9734 0
105248 [일반] 놓치고 뒤늦게 후회하며 쓰는 SMR주 이야기(겉핥기) [28] 깃털달린뱀4329 25/10/20 4329 4
105247 [일반] 나를 스쳐지나간 불꽃 [2] 내꿈은세계정복2668 25/10/20 2668 24
105246 [일반] (주식 관련 글이 올라오길래) 20년 시장생존자의 의견 [21] 퀘이샤4689 25/10/20 4689 11
105245 [일반] 이 시국에 집 팔고 주식에 몰빵한 썰 [154] 휘군11732 25/10/20 11732 22
105244 [일반] <어쩔수가없다> - 기묘한 합리화. (강스포) [10] aDayInTheLife3912 25/10/19 3912 2
105243 [정치] 정부가 보유세 손대려나 봅니다 [470] 비브라늄20915 25/10/19 20915 0
105242 [정치] 국민의힘 당대표 장동혁 윤석열 구치소 면회 [118] 마라떡보끼12278 25/10/19 12278 0
105241 [정치] 정경심 교수가 최성해 동양대 총장을 고소했군요. [59] petrus10742 25/10/19 10742 0
105240 [정치] 한국과 미국 보수 진영의 정치적 동조화 [14] 유동닉으로6079 25/10/19 6079 0
105239 [정치] 석열의 봄이 성공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324] 스내치마스터13597 25/10/18 1359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